기사 메일전송
큰 명절 추석이 좋습니다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07 11:18:33

기사수정

海垣 이경국(칼럼니스트)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은 설과 추석입니다. 가족이 차례상 앞에서 조상과 마주하는 민족 고유의 명절은 설과 추석 뿐입니다.  


설에는 세배를 드리고 떡국을 먹습니다. 꾸미는 꿩고기를 사용하여 맛이 좋았지요. 어린 시절 세뱃돈을 받으면 몇 번이나 세어 보았는데 돈 냄새도 좋았습니다. 인쇄술 때문이 아니라 돈이 귀했기에 그러했을 것입니다.


중추가절(仲秋佳節)은 보름달만 일 년 중 가장 크게 뜨는 날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풍성함 가운데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은 명절입니다.


추석에는 상차림이 풍성합니다. 달을 보면서 어머니께서는 빌기도 하였지요. 추석은 5천 년 배고픔의 설움을 실컷 먹으면서 달래는 날이었습니다.


'가을은 말이 살찌는 계절'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좋아 사계절 살이 찐다고 합니다. 


가을 하늘은 여실히 높게 보입니다. 이는 공기가 맑아 구름이 희게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들녘의 나락은 황금빛 일색이고 서숙(조)의 개꼬리 같이 굵은 이삭이 석양을 받는 모습은 어린 나를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 풍광을 이제는 볼 수 없어 여간 아쉽지 않습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 하지만 고향의 정서를 느끼긴 어려울 것입니다.  


매미 울움 소리가 허공에 가득하고, 귀뚜라미 소리가 부뚜막에서 들려오던 소싯적 생각에 잠겨 봅니다. 가난을 정으로 감싼 그 시절이 눈물겹게 그립습니다.


쌀독이 비어 있어 바닥을 긁는 어머니의 심정을 가족은 잘 몰랐던 5천년 역사. 죽도 제대로 먹지 못해 빈 숟가락을 빨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입니다.


저녁거리가 없지만 빈 아궁이에 청솔 가지를 피워서 연기를 낸 집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웃집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습니다.  


"고향은 멀수록 그립다"고 했습니다. 고향을 가슴 속에 묻고 추석을 맞이하는 실향민도 많습니다.


헬렌 켈러는 "3일만 볼 수 있다면..."이라고 했습니다. 필자는 이번 추석에 꿈 속에서라도 잠시 어머니를 뵐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철이 들어서인지 나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명절의 설레임보다 쓸쓸함이 커져만 갑니다.


가족이 모이는 행복을 어디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손주의 재롱에 세상 시름이 천리만리 도망가는 중추가절이 되시길 기대해 봅니다. 


모두가 좋은 일만 가득한 추석이 되시길 소망 합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인연의 소중함을 살펴보다 인연(因緣)은 보통명사 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대체로 불교와 관련이 있다고 여기면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흔히 쓰고 있다.옷깃을 옷소매로 착각을 하고 있기 십상이다. 소매는 길을 가다가도 쉽게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은 저고리의 목부위에 있다. 최소한 그곳에 닿기 위하여는 안아야 가능한 일이다. 연인이 ...
  2. (콩트) 오해가 부른 일평생의 큰 실수-''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인생살이가 꼬이면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다. 별것 아닌 일이 부부싸움 의 단초가 되어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니 오해는 무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고 본다.오해는 이해보다 2.5배나 수치가 높다.특히 연인간는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오해가 생겨서 다툼으로 이어지면 그 휴유증이 크기 마련이다. 사소한 일로 인하여 아픔을 겪게 되는 경우를 ...
  3. 배우 김지미 비보에 놀라다 아무리 추모의 글을 많이 썼다고 해도 영화계의 스타 김지미에 대한 애도의 글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입장이다.영화에 대한 식견은 부족하지만 '한 세기에 한 명도 나오기 어려운' 배우 김지미의 죽음에 대한 인간적인 슬픔은 크다. 향년 85세이니 아쉽긴 하다. 이보다 필자는 김지미의 4번에 걸친 결혼생활에 대한 글을 써 보고자 한다....
  4. 동양화의 숨겨진 비밀 서양의 트럼프 놀이에 비해 동양화(화투)는 이미지가 나쁜 편이다. 무리한 노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 화투의 부정적인 면이 크게 부각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누라를 잡혀서 노름빚을 낸다''는 말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농한기에 노름은 일년 간 수확한 농작물을 허공에 날려 버린다. 특히 화투는 중독성이 강해 쉽게 끊을...
  5. 살아서 생지옥을 경험하다---왜? 인생은 라 했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덜 아프기 마련이다.일전에 의 에세이를 쓰고 여지껏 쓴 글 가운데 가장 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평소 아프지 않게 지금까지 살아 왔는데 몇 번을 망설이다가 쓴 글이었다.인체는 당연히 병이 생기고 아프기 마련이다. 필자는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성미다. 반면 예방건강에 대해서는 무진 진력(盡力)을 ...
  6. 구로구, 다락에서 12월 겨울 특화 프로그램 운영… “연말 따뜻한 문화시간 선물” 구로구는 신도림·오류동 다락에서 주민들이 겨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1일 구로구(구청장 장인홍)는 12월 한 달 동안 신도림·오류동 문화공간인 다락에서 주민들을 위한 겨울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체험 활동과 겨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 ...
  7. 이재명 “개혁은 아프지만 필요, 약간의 저항과 갈등은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3차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내년 6대 핵심 분야 개혁 방향과 정부 운영 원칙을 재차 강조하고, 주요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전 부처 업무 보고를 앞두고 “정부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 대통령이 아닌 국민께 보고한다는 마음으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