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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의 마음노트} 오늘 하루만 그냥 쉴까, 오늘이 내일이 될 때
  • 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
  • 등록 2026-02-02 14:02:12
  • 수정 2026-02-18 07: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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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아? 헬스장 등록은 해 놨는데, 퇴근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이라 “오늘 하루만 그냥 쉴까?” 하는 날. 영어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도 “이번만 넘어갈까?” 하고 슬쩍 덮어버리는 날. 다이어리에는 '독서 30분'이라고 적어 놓고, 휴대폰을 집어 든 채로 “내일부터 제대로 하지 뭐” 하며 미뤄버리는 날.

 

나도 그래.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말이 '오늘 하루'로 시작하는데, 끝은 종종 '이번 달'이 되더라. 오늘 하루만 넘어가는 게, 정말 딱 하루로 끝나면 얼마나 좋겠어. 근데 우리 마음이 그렇지 않잖아. 한 번 넘어가면 다음 번엔 더 쉽게 넘어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원래 안 하는 일'이 되어버리더라.

 

처음엔 ‘오늘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어차피 잘 안 되잖아"로 바뀌는 게 무섭더라. 하루를 넘긴 게 아니라, 내 마음의 기준이 조금씩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오늘 하루만"은 되게 작은 말 같아. 근데 그 말은 이상하게 내일의 나에게도 말을 걸어. “괜찮아. 한 번 더 쉬어도 돼.” 그렇게 하루가 쌓이면 처음에 마음먹었던 건 어느새 흐릿해지고, 처음엔 힘들어서 못 한 건데, 나중에는 그냥 습관처럼 안 하게 돼. 

 

그래서 나는 요즘 “오늘 하루만”이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더 조심하게 되더라. 왜냐면 "오늘 하루만"은 생각보다 힘이 세거든. 오늘을 바꾸는 말이 아니라, 내일의 선택을 더 쉽게 만들어 버리는 말이니까. 좋게 말하면 배려고, 나쁘게 말하면 핑계가 되는 말.

 

물론 쉬는 날도 필요해. 그런데 ‘회피’랑은 다르더라. 여기서 중요한 건, 무조건 매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야. 진짜 피곤하면 쉬어야지. 몸이 무너지는데 억지로 하면 결국 더 오래 쉬게 되니까. 

 

사실 우리에게는 ‘쉬어야 하는 날’이 분명히 있어. 문제는 ‘쉬어야 하는 날’이 아니라, ‘도망치고 싶은 날’이 가끔 섞여 있다는 거야. 


그럴 땐 이런 식으로 티가 나더라. 운동이 힘든 게 아니라 운동복 갈아입기부터 귀찮고, 공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 시작하기가 부담스럽고, 책이 재미없는 게 아니라 집중하는 게 낯설어진 거. 


이럴 때는 몸보다 마음이 더 무거운 것 같더라. 몸이 피곤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감정’을 마주하기가 싫어서 못 하는 느낌. 그래서 쉬어도 쉬는 느낌이 안 남아. 잠깐 편한 대신 마음 한쪽이 찝찝해져. 


특히 이런 날이 있어. 하루 종일 사람들 눈치 보느라 애썼는데, 마지막에 운동이나 공부까지 하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포기하는 날. 그 마음도 이해돼. 근데 그럴수록 ‘딱 5분 만이라도’ 챙겨야 내 마음이 덜 무너지더라.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만"이 떠오를 때 쓰는 방법이 하나 있어. 나한테 이렇게 물어보는 거지. “지금 내가 진짜 쉬고 싶은 건 몸이야 아니면 마음이야?” 


몸이 정말 지쳐 있으면 쉬어도 괜찮아. 그건 회복이니까. 근데 마음이 도망치고 싶어서 쉬고 싶다면, 그때는 딱 5분 만이라도 해. 헬스장에 못 가면 집 앞 5분만 걷기, 공부를 못 하겠으면 책 2쪽만 보기, 글쓰기가 부담되면 한 문장만 적기. 


여기서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습관의 끈을 안 놓는 거’더라. “오늘도 나는 나랑 한 약속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어.” 이 느낌이 마음을 붙잡아주더라. 그렇게 '안 하는 날'이 아니라, '아주 작게라도 하는 날'로 바꾸면, 이상하게 마음이 덜 무너져. 


그리고 이게 신기한 게, 5분을 걷고 나면 10분이 되기도 하고, 책 2쪽을 펼치면 5쪽이 되기도 하고, 한 문장을 쓰면 한 단락이 되기도 해. 마음먹고 한 게 아니라 손부터 움직이니까 길이 열리더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없더라. 대신 ‘습관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은 있어. 우리 주변에도 있잖아. 의지가 대단히 강해서가 아니라, 자기랑 한 약속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사람. 그 사람들은 매일 2시간씩 하는 게 아니라 힘든 날엔 10분 만하고, 바쁜 날엔 5분 만하고, 그래도 '습관의 끈'은 놓지 않더라. 


그게 쌓이면 어느 날부터는 "하기 싫다"가 아니라 "안 하면 찝찝하다"가 되더라. 그 사람들은 아마 이런 걸 아는 것 같아. 하루를 잘 사는 건 ‘대단한 하루’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작은 약속을 오늘도 이어가는 거라는 걸. 그래서 그들은 매일을 이기는 게 아니라, 매일을 이어가는 느낌이더라.

 

혹시 오늘 너도 “오늘 하루만”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 오늘 하루를 넘긴다고 네가 이상한 건 아니야. 너도 사람이니까 지치고, 아무 것도 손에 안 잡히는 날도 있잖아. 쉬어야 하면 쉬어도 괜찮아. 대신 회복하는 쉼으로 쉬자는 거지. 핸드폰만 붙잡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쉼 말고, 몸이 진짜 편해지고 마음이 진짜 가벼워지는 쉼으로.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늘을 통째로 넘기지 말고, 딱 5분 만이라도 남겨보자. 그 5분은 내가 가는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시간이더라. 딱 5분인데도 오늘을 버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남거든. 


그래서 5분을 남기고 나면, 마음이 이렇게 말해.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나는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어.” 그리고 그 5분이 내일의 나에게 조용히 속삭여. “괜찮아. 너는 아직 길 위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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