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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의 마음노트} 자유로운데도 불안한 이유
  • 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
  • 등록 2026-02-18 08: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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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잖아. 직업도, 삶의 방식도, 관계도, 심지어 신앙의 선택까지. 누군가 대신 정해주기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그런데 묘하게도, 자유가 많아질수록 마음은 더 편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불안해진 것 같지 않아? 선택지는 늘어났는데 확신은 줄어들고, 간섭은 줄어들었는데 불안은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아. 왜 그럴까?

 

자유가 많아질수록, 책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인 것 같아. 자유에는 늘 그림자가 따라오잖아. 바로 책임이지. 누군가 대신 결정해 줄 때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가 선택한 건 아니잖아?”라고 말할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직업도, 결혼도, 관계도, 신앙도 어느 쪽이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 남아 있고, 그 선택의 결과 역시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와. 그래서 잘되면 다행이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모든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어. 자유는 분명 좋은데 자유를 감당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예전에는 선택지가 적었기 때문에 비교할 대상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은 어때? SNS를 열면, 누군가는 나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 같고, 누군가는 나보다 더 자유로워 보이고, 누군가는 이미 정답을 찾은 사람처럼 보여.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건, 비교할 대상도 함께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러다 보면 괜히 내 선택을 다시 들여다보게 돼. “나는 왜 저 선택을 못했지?” “나는 왜 아직 여기 있지?” “내가 가는 방향이 맞긴 한 걸까?”

 

자유는 나만의 길을 가게 해줄 것 같았는데, 현실에서는 자꾸 남의 길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기도 해. 그래서 마음이 쉽게 쉬질 못하는 것 같아.

 

문제는 '자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준 없는 자유'인 것 같아. 기준이 없으면, 선택은 많아도 방향을 잡기가 어렵잖아. 기준 없는 자유는 방향 없는 항해와 비슷해. 어디로 가든 자유롭지만, 어디가 맞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거든.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되지. “이 방향이 맞을까?” “지금 이 선택이 옳을까?” “남들보다 뒤처진 건 아닐까?” 자유는 많아졌는데 의지할 기준이 사라지면,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되는 것 같아.

 

불안을 느낄 때 우리는 자주 이렇게 생각하지. “내가 약한가?” “나만 이런 건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불안은 꼭 약해서 생기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아. 오히려 모든 선택을 혼자 책임지려 할 때, 모든 결과를 스스로 증명하려 할 때, 불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 같아. 누구나 그렇잖아. 혼자서 모든 걸 붙들고 있으면 아무리 강한 사람도 결국엔 흔들릴 수밖에 없지.

 

그래서 나는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 예전엔 자유란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돌아보면 그 자유는 종종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지. 항상 선택해야 했고, 항상 비교했고, 항상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해야 했거든.

 

그래서 요즘은 자유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 자유란 모든 걸 혼자 책임지는 상태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줄 어떤 기준이나 관계가 곁에 있는 상태가 아닐까 하고. 

 

사람은 아무 것에도 기대지 않고 완전히 혼자 서 있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야. 누군가는 사람에게 기대고, 누군가는 일에 기대고, 누군가는 성취나 인정에 기대고, 그리고 나처럼 신앙에 기대어 사는 사람도 있지.

 

문제는 그렇게 기대고 있는 대상이 흔들리거나 무너질 때,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는 거야. 그래서 불안은 어쩌면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신호일지도 몰라. “지금 너는 너무 많은 걸 혼자서 짊어지고 있지 않니?”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 모든 선택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도, 지금 가는 길이 조금 불안해 보여도, 가끔 흔들리는 순간이 있어도, 그게 꼭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아. 어쩌면 우리는 각자 기대고 있는 자리에서 숨을 한번 고르며 살아가는 중인지도 모르지. 누군가는 사람에게, 누군가는 자기 일에, 누군가는 믿음에 기대면서 말이야.

 

그래서 자유란 늘 강해 보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유는 넘어질 수도 있는 나를 인정하고 “넘어져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줄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오늘 하루쯤은 “그래! 여기까지 온 나도 참 애썼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자유는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는 고립이 아니라, 불안해질 수 있는 나를 조용히 안아주는 데서 조금씩 시작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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