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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향수를 자아내는 고향 5일장의 추억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1-10 10:22:12
  • 수정 2026-01-10 10: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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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고향 안동시 풍산읍에는 5일장이 선다. 3일과 8일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한껏 치장을 하고 장 보러 간다.


신작로는 온통 흰색의 두루마기 일색이다. 더러 리어카와 소달구지도 틈에 끼어서 장으로 향한다. 물론 소싯적 고향 장날의 모습이다.


시장은 꽤나 넓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우시장이 상당히 컷다는 것이다. 집에서 가축으로 식구처럼 기르던 소를 팔아야 자식의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죽 했으면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렀을까 싶다. 향학열은 높았으나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든 교육 환경이었다. 


우리나라가 급속 성장으로 최단 기간에 선진국에 이르는 세계사의 기록은 교육 효과 때문이었다.


장에 가는 날 아낙네들은 생필품을 산다. 비누, 리이타돌, 양잿물, 고무신 등을 사고 반찬은 고등어 한 손이면 충분했다.  


'안동 간고등어'가 세계 브랜드로 우뚝 선 것은 내륙지방의 특색을 살려 적당한 시간에 알맞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은 사돈끼리 만나서 막걸리로 거나하게 취하기 일쑤였다. 사랑방 대화를 5일장으로 옮긴 셈이다.


김주영의 <객주>를 별도로 읽지 않더라도 인근의 장터를 돌아 다니면서 장사하는 장돌뱅이도 있기 마련이었다.


순박한 시골 장날의 모습은 인심도 후했다. 무엇이든 사면 덤을 듬뿍 주었다.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적 명절에 시골에 가면 풍산장에서 땅콩과 명태포프린은 꼭 샀던 기억이 새롭다.


풍산장의 땅콩은 질이 최고였다. 명태포프린은 안동지역 양반의 반찬이었다. 독특한 맛에 습(習)이 들어서 아내는 어머니께 몇 가지 음식 만드는 것을 전수 받았는데 그 가운데 한 가지다.


예외없이 풍산읍도 인구가 급감하여 장터의 규모도 줄어 들었다. 그러나 장날의 풍경은 뇌리에 남아서 가끔씩 추억을 회상케 하고 있다.


고향의 5일장은 누구나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향수를 자아내며 추억에 잠기게 한다. 


그  당시에는 먹을 게 없어서 얼굴에는 버짐이 피었으며, 머리에는 기계충이 번졌다. 지금은 모든 것이 넘치는 시대이니 과잉 섭취로 살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중년이 되니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산업공단이 들어선 고향을 보면 이방인 같은 느낌이 엄습해 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꿈에서도 삽짝에 나와 자식을 기다리시던 어머니 모습이 자주 보인다. 초등 5학년 손자가 있으니 세월의 빠름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이즈음이다.


5일장의 추억은 돈으로는 환산 불가능한 보석 같은 추억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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