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호용의 마음노트} 오늘을 놓치게 만드는 것들
  • 김호용 공인회계사 / 작가
  • 등록 2026-01-09 09:05:27
  • 수정 2026-01-09 09:06:47

기사수정

김호용 (공인회계사 / 작가)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분명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고 있는데, 정작 오늘에 머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몸은 오늘을 지나가고 있는데, 마음은 어제에 붙잡혀 있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당겨 살고 있을 때가 많아.

 

왜 그럴까. 우리는 왜 이렇게 자주 오늘을 오늘답게 살지 못하는 걸까.

 

오늘을 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제가 생각보다 오래 따라오기 때문인 것 같아.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미 끝난 장면인데, 마음은 자꾸 그곳으로 돌아가.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조금만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어제의 후회와 아쉬움이 오늘의 마음을 붙잡아 놓지. 그러다 보면 오늘은 사는 시간이 아니라, 어제를 다시 반복하는 시간이 되어버려.

 

어제에 붙잡히지 않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이유로 오늘을 놓쳐. 바로 내일이야.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끌어와 걱정하고, 계산하고, 불안해하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내일에 대한 걱정은 오늘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에너지를 미리 써버리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오늘은 ‘지금’을 사는 하루라기 보다, 마음이 쫓기는 하루가 되기 쉬워.

 

가만히 보면, 우리는 지금에 머무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한 것 같아. 

 

밥을 먹으면서도 다음 일을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면서도 끝나고 나서 할 일을 떠올리고, 쉬면서도 ‘이렇게 쉬어도 되나’를 계산하지. 늘 다음, 또 다음. 


그래서 오늘은 도착지가 아니라 지나가기만 하는 통로처럼 취급돼. 그렇게 살다 보면, 하루가 끝났을 때 “오늘 뭐 했지?”라는 질문만 남아.

 

중요한 건 이거야. 오늘을 오늘답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게을러서도, 무책임해서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너무 잘 살아보려고, 너무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오늘을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 


잘하려고 하다 보니 지금 느끼는 마음을 밀어두고, 지금 필요한 쉼을 미뤄두고, 지금의 나를 지나쳐 버리는 거지.

 

우리가 기대하는 ‘의미 있는 하루’는 종종 너무 크고 거창해. 하지만 실제의 오늘은 대부분 작고 조용해. 말 한마디, 잠깐의 침묵, 혼자 있는 몇 분. 


예를 들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도 바로 다음 일을 떠올리기 전에, 그 따뜻함이 지나가는 걸 잠깐이라도 알아차리는 순간 같은 것. 


오늘을 오늘답게 산다는 건, 이 작고 조용한 순간들을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넘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어.

 

요즘 나는 오늘을 완성하려 애쓰기보다, 오늘에 잠시라도 머물려고 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대충 넘기지 않고,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를 위해 희생시키지 않는 것. 


오늘은 내일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번 살아볼 만한 하루니까.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나아 보이지 않아도 괜찮고, 내일을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해도 괜찮아. 대신 오늘의 나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바라봤다면,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오늘을 ‘성공한 하루’로 만들지는 못해도, ‘살아낸 하루’로 남길수는 있잖아. 


오늘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오늘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한 번이라도 나를 제대로 바라봤다면, 그건 이미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뜻 같아. 조금 부족해도, 조금 흔들려도, 오늘이 내 마음에 한 번이라도 남았다면 그걸로 충분한 하루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말해보고 싶어. “오늘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오늘로서 잘 살았다.” 


오늘을 오늘답게 산다는 건, 대단한 하루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흘러가 버릴 뻔한 하루 앞에서 ‘나 여기 있었다’고 한번쯤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일인 것 같아. 그리고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다시 ‘지금’으로 되돌려주더라.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경국 칼럼} 7일의 왕비, 단경왕후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왕비였으나 가장 길게 기억되고 있는 이름이 이다.중종과 단경왕후(端敬王后)의 절절하고 애톳한 사랑은 에 얽힌 이야기로 전설처럼 내려 오고 있다.중종의 정실부인인 단경왕후는 7일간의 왕비 자리에서 내려와 사가에서 71세까지 생존하였으니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질곡의 삶이었다고 보여진다.우연의 일치인...
  2. {이경국 칼럼} 물항라 저고리와 <울고 넘는 박달재> 사실 가 무엇인지 남자들은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는 잘 부른다. 워낙 유명한 가요이며,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물항라 저고리의 는 물세탁이 가능한 항라란 뜻이다. 세탁소 신세를 지지 않아도 집에서 세탁이 가능하니 편리한 것이다.물항라 저고리를 입은 어여쁜 여자가 긎은 비에 저고리를 적시는 이별의 노래가  ...
  3. {이경국 칼럼} 특화한 명품빵의 인기 동양의 쌀 중심 식생활과 서양의 빵 중심 문화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쌀과 밀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우선 논과 밭이 다르며 가격 차이도 심하다. 한 마지기가 밭은 300평이지만 논은 200평이다.수저과 젓가락에 비해 포크와 나이프는 같은 식사 도구이나 용도가 다르다.'썰고 뜯는 것'과 '떠서 먹는' 차이는 문화의 양상을 다르...
  4. {이경국 칼럼} 아픈 사랑은 파도가 쌓인 추억은 바람이 인생살이는 '험로역정(險路歷程)'의 길이요. 고해도 아닌 '고해의 바다'라 했다. 처음 사랑하는 사람끼리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똑같이 주고받은 애정인데 상처는 어느 한쪽이 더 심하게 받는 것이 사랑놀이가 아닐까 싶다.사랑은 미완성이라기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5. {이경국 칼럼} 긴 설연휴, 짧은 계획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낸다면 설 연휴는 행복하다"는 전제를 깔고서 대략 마음으로 설계해 본다. 결국 만족도 행위에 따른 결과이니 "행복하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어 보고 싶다. 이번 연휴는 무려 5일이나 된다. 연휴가 길다고 좋아라 할 나이는 지났고 철은 단단히 들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할 때 연휴는 황금의 시간이었다.지금은 자..
  6. {김호용의 마음노트} 오늘 하루만 그냥 쉴까, 오늘이 내일이 될 때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아? 헬스장 등록은 해놨는데, 퇴근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이라 “오늘 하루만 그냥 쉴까?” 하는 날. 영어 공부해야지 해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도 “이번만 넘어갈까?” 하고 슬쩍 덮어버리는 날. 다이어리에는 “독서 30분”이라고 적어놓고, 휴대폰을 집어 든 채로 “내일부터 제대로 ...
  7. {김호용의 마음노트}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가끔 그런 날 있잖아. 하루는 끝났는데 마음은 계속 후회되는 말 한마디에 머물러 있는 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나를 붙잡고 혼자 자꾸 되묻는 날. “그때 왜 그랬을까?” “조금만 달랐으면 어땠을까?” 머리로는 지나간 일인 줄 아는데, 마음은 쉽게 놓아주질 않더라. 그런 마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