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용 (공인회계사 / 작가)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분명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고 있는데, 정작 오늘에 머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몸은 오늘을 지나가고 있는데, 마음은 어제에 붙잡혀 있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당겨 살고 있을 때가 많아.
왜 그럴까. 우리는 왜 이렇게 자주 오늘을 오늘답게 살지 못하는 걸까.
오늘을 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제가 생각보다 오래 따라오기 때문인 것 같아.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미 끝난 장면인데, 마음은 자꾸 그곳으로 돌아가.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조금만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어제의 후회와 아쉬움이 오늘의 마음을 붙잡아 놓지. 그러다 보면 오늘은 사는 시간이 아니라, 어제를 다시 반복하는 시간이 되어버려.
어제에 붙잡히지 않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이유로 오늘을 놓쳐. 바로 내일이야.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끌어와 걱정하고, 계산하고, 불안해하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선택이 맞는 걸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내일에 대한 걱정은 오늘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에너지를 미리 써버리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오늘은 ‘지금’을 사는 하루라기 보다, 마음이 쫓기는 하루가 되기 쉬워.
가만히 보면, 우리는 지금에 머무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한 것 같아.
밥을 먹으면서도 다음 일을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면서도 끝나고 나서 할 일을 떠올리고, 쉬면서도 ‘이렇게 쉬어도 되나’를 계산하지. 늘 다음, 또 다음.
그래서 오늘은 도착지가 아니라 지나가기만 하는 통로처럼 취급돼. 그렇게 살다 보면, 하루가 끝났을 때 “오늘 뭐 했지?”라는 질문만 남아.
중요한 건 이거야. 오늘을 오늘답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게을러서도, 무책임해서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너무 잘 살아보려고, 너무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오늘을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
잘하려고 하다 보니 지금 느끼는 마음을 밀어두고, 지금 필요한 쉼을 미뤄두고, 지금의 나를 지나쳐 버리는 거지.
우리가 기대하는 ‘의미 있는 하루’는 종종 너무 크고 거창해. 하지만 실제의 오늘은 대부분 작고 조용해. 말 한마디, 잠깐의 침묵, 혼자 있는 몇 분.
예를 들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도 바로 다음 일을 떠올리기 전에, 그 따뜻함이 지나가는 걸 잠깐이라도 알아차리는 순간 같은 것.
오늘을 오늘답게 산다는 건, 이 작고 조용한 순간들을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넘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어.
요즘 나는 오늘을 완성하려 애쓰기보다, 오늘에 잠시라도 머물려고 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대충 넘기지 않고,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를 위해 희생시키지 않는 것.
오늘은 내일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번 살아볼 만한 하루니까.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나아 보이지 않아도 괜찮고, 내일을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해도 괜찮아. 대신 오늘의 나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바라봤다면,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오늘을 ‘성공한 하루’로 만들지는 못해도, ‘살아낸 하루’로 남길수는 있잖아.
오늘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오늘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한 번이라도 나를 제대로 바라봤다면, 그건 이미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뜻 같아. 조금 부족해도, 조금 흔들려도, 오늘이 내 마음에 한 번이라도 남았다면 그걸로 충분한 하루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말해보고 싶어. “오늘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오늘로서 잘 살았다.”
오늘을 오늘답게 산다는 건, 대단한 하루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흘러가 버릴 뻔한 하루 앞에서 ‘나 여기 있었다’고 한번쯤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일인 것 같아. 그리고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다시 ‘지금’으로 되돌려주더라.
앱스타인 파일 공개에 유럽이 발칵! 일본 자민당 316석 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