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호용의 마음노트} '공감' 그건 '우정'의 또 다른 말
  • 김호용 공인회계사 / 작가
  • 등록 2026-01-01 09:55:19
  • 수정 2026-02-10 18:26:36

기사수정

김호용 (공인회계사 / 작가)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만나는 일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어릴 때는 비슷한 교실에 있었고, 비슷한 시간을 살았고, 비슷한 고민을 했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은 각자 서로 다른 삶의 방향으로 흩어지지. 그리고 가치관도 달라지고, 삶의 내용도 달라지고, 지금 서 있는 자리도 모두 다른 상태에서 다시 만나게 돼.

 

그렇게 다른 모습인데 우리는 왜 다시 만날까? 주고받을 필요가 생겨서 일까? 경조사에 서로 얼굴 비춰 줄 사람이 필요해서 일까? 아니면 그저 오래 알았다는 이유 때문일까? 솔직히 말하면, 이유만 따지자면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 관계도 있어.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훨씬 편한 관계도 있어. 가치관이 비슷하고, 삶의 방향도 닮았고, 공통 관심사도 많고, 이야기할수록 서로에게 자극도 되고 배움도 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대화도 편하고,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 

 

그런데 모든 친구가 그런 관계일 수는 없잖아.

 

그래서 나는 고민해 봤어. 왜 만나지? 서로의 관심사가 겹치지도 않고, 서로에게서 배울 게 많아 보이지도 않고, 삶의 방향도 꽤 다른데 왜 굳이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되는 거지? 서로의 현재에 예전만큼 깊은 관심도 없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왜 이 관계를 완전히 놓지는 못하는 걸까?

 

내게 남은 대답은 결국 이것이었어. “우정”

 

맞는 게 하나 없어도 마음 만큼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자리를 남겨 두는 관계. 이 사람에게서 특별한 도움이나 유익을 얻지 못해도, 마음 만큼은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 관계. 나는 그 하나 때문에 친구를 만나왔던 것 같아.

 

그런데 이 마음마저 없다면 만날 이유가 있을까? 오래 만났다고 다 친구는 아니잖아.

 

'친구'라는 건 같이 시간을 보낸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에 더 가깝지. 그런데 그 마음마저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같은 시간을 공유했을 뿐, 우정이라 부르긴 어렵지. 그렇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 마음을 지켜 주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나는 우정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늘 함께하지 않아도 되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만 어려운 순간에 서로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것. 생각이 달라도, 입장이 달라도, 그 마음 만큼은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태도. 그게 나에게는 우정이야.

 

가끔은 이런 순간도 있어. 내가 힘든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이유나 마음에는 관심 없이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 버릴 때. 문득 "아, 이 사람은 내 상황보다 자기 생각을 먼저 말하고 싶은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생각이 다른 건 괜찮아. 삶의 해석이 다른 것도 괜찮아. 하지만 그 다름 앞에서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공감하려는 노력도 없다면 깊은 우정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모든 게 맞지 않아도, 모든 생각이 같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 앞에서는 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한 번 더 들어줄 수 있는 관계. 상대의 말이 내 기준과 다를 때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한 번 더 헤아려 보려는 관계. 우정의 깊이는 얼마나 비슷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공감하려 애쓰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

 

공감이란 "다 맞다"고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름 앞에서도 관계를 지키려는 마음 같아. 


그래서 나는 요즘 이 말을 자주 마음에 새겨. “공감은 우정을 오래 붙잡아주는 방식이다.” 우정을 원한다면 공감하려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하고, 공감이 사라진다면 우정도 서서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돼.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다른 사람이 되어 만나. 그래서 더더욱 우정을 지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맞는 게 하나 없어도, 마음 하나 만은 서로를 향해 열려 있다면, 그건 여전히 만날 이유가 되는 거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싶어. '공감' 그건 '우정'의 또 다른 말이라고.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경국 칼럼} 7일의 왕비, 단경왕후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왕비였으나 가장 길게 기억되고 있는 이름이 이다.중종과 단경왕후(端敬王后)의 절절하고 애톳한 사랑은 에 얽힌 이야기로 전설처럼 내려 오고 있다.중종의 정실부인인 단경왕후는 7일간의 왕비 자리에서 내려와 사가에서 71세까지 생존하였으니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질곡의 삶이었다고 보여진다.우연의 일치인...
  2. {이경국 칼럼} 물항라 저고리와 <울고 넘는 박달재> 사실 가 무엇인지 남자들은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는 잘 부른다. 워낙 유명한 가요이며,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물항라 저고리의 는 물세탁이 가능한 항라란 뜻이다. 세탁소 신세를 지지 않아도 집에서 세탁이 가능하니 편리한 것이다.물항라 저고리를 입은 어여쁜 여자가 긎은 비에 저고리를 적시는 이별의 노래가  ...
  3. {이경국 칼럼} 특화한 명품빵의 인기 동양의 쌀 중심 식생활과 서양의 빵 중심 문화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쌀과 밀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우선 논과 밭이 다르며 가격 차이도 심하다. 한 마지기가 밭은 300평이지만 논은 200평이다.수저과 젓가락에 비해 포크와 나이프는 같은 식사 도구이나 용도가 다르다.'썰고 뜯는 것'과 '떠서 먹는' 차이는 문화의 양상을 다르...
  4. {이경국 칼럼} 아픈 사랑은 파도가 쌓인 추억은 바람이 인생살이는 '험로역정(險路歷程)'의 길이요. 고해도 아닌 '고해의 바다'라 했다. 처음 사랑하는 사람끼리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똑같이 주고받은 애정인데 상처는 어느 한쪽이 더 심하게 받는 것이 사랑놀이가 아닐까 싶다.사랑은 미완성이라기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5. {이경국 칼럼} 긴 설연휴, 짧은 계획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낸다면 설 연휴는 행복하다"는 전제를 깔고서 대략 마음으로 설계해 본다. 결국 만족도 행위에 따른 결과이니 "행복하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어 보고 싶다. 이번 연휴는 무려 5일이나 된다. 연휴가 길다고 좋아라 할 나이는 지났고 철은 단단히 들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할 때 연휴는 황금의 시간이었다.지금은 자..
  6. {김호용의 마음노트} 오늘 하루만 그냥 쉴까, 오늘이 내일이 될 때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아? 헬스장 등록은 해놨는데, 퇴근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이라 “오늘 하루만 그냥 쉴까?” 하는 날. 영어 공부해야지 해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도 “이번만 넘어갈까?” 하고 슬쩍 덮어버리는 날. 다이어리에는 “독서 30분”이라고 적어놓고, 휴대폰을 집어 든 채로 “내일부터 제대로 ...
  7. {김호용의 마음노트}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가끔 그런 날 있잖아. 하루는 끝났는데 마음은 계속 후회되는 말 한마디에 머물러 있는 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나를 붙잡고 혼자 자꾸 되묻는 날. “그때 왜 그랬을까?” “조금만 달랐으면 어땠을까?” 머리로는 지나간 일인 줄 아는데, 마음은 쉽게 놓아주질 않더라. 그런 마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