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용 (공인회계사 / 작가)가끔 주변 사람들이 물어봐. “여행을 그렇게 많이 다니면 뭐가 달라져?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잖아.”
맞는 말이야. 여행은 끝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일상인데,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조금 다르게 보일 때가 있더라.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사진을 남기는 일이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건, 풍경보다 그 안에 있던 나 자신이더라.
낯선 도시에서 길을 헤매던 나,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웃으며 손짓하던 나, 계획이 틀어졌을 때 당황하던 나,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처음으로 허락하던 나. 이렇듯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을 넘어, 다른 상황 속에 있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어.
여행지에서는 그 동안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자주 깨져. 시간표가 안 맞고, 말이 잘 안 통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아. 그때 깨닫게 되더라. 내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 켜진 방, 익숙한 식탁, 아무 말없이 나를 기다려 주던 공간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 여행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경험을 넘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시간인 것 같아.
여행에서는 아무리 준비해도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이 꼭 생겨. 기차를 놓치고, 예약이 꼬이고, 날씨가 바뀌고. 처음엔 짜증이 나지. 그런데 몇 번 겪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 “아, 인생도 딱 이렇구나.”
우리는 늘 인생을 계획표처럼 살려고 애쓰잖아. 그런데 여행은 말해줘. “계획은 필요하지만, 흔들리는 순간도 삶의 일부”라고. 그걸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우게 돼.
일상에서는 자꾸 나를 재촉하게 돼. 더 빨리, 더 잘, 더 많이. 그런데 여행지에서는 별일을 하지 않아도 하루가 충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아무 일정 없이 걷기만 해도 괜찮고, 아무 성과 없이 하루가 지나가도 괜찮아.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나는 항상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그 생각이 여행이 끝난 뒤에도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더라.
여행은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현실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같았어.
낯선 곳에서 조금 덜 완벽해도 살아보고,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걸 배우고, 혼자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법을 조용히 연습하는 시간. 그 연습 덕분에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마음이 예전만큼 급해지지 않고, 불안 앞에서도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더라.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 여행은 꼭 비행기를 타야만 가능한 걸까? “아니더라.”
익숙한 동네를 조금 느리게 걸어보는 날, 늘 지나치던 길에서 괜히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하루를 무엇을 해냈느냐 보다, 어떻게 느끼며 보냈는지로 살아보는 시간도 작은 여행 같았어.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살아보느냐더라.
가끔은 인생을 여행처럼 살아보고 싶어. 모든 걸 다 알지 못해도 괜찮고, 길이 조금 틀어져도 괜찮고, 오늘 하루에 꼭 의미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괜찮은 삶.
그래서 오늘 하루쯤은 이렇게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건 더 멀리 가는 법이 아니라,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법이었어.
“오늘은 여기까지여도 괜찮아.” 인생도 여행처럼 천천히 가도 되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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