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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의 가슴 아픈 이야기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14 14:10:23
  • 수정 2025-10-14 14: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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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성덕대왕 신종>은 일명 '봉덕사종'이나 '에밀레종'이라 불리어지고 있다. 누구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에밀레종'은 애톳함을 느끼게 한다.


초등학교 때 '에밀레종' 이야기를 듣고 가슴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가슴 한켠에 남아 있다.


종소리가 나지 않아서 갓난아기를 제물로 넣었더니 쇠가 붙고 소리가 나기 시작 했다는 '에밀레종'. 칠 때마다 '에밀레~' 라는 소리를 내는 것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아닐까. 물론 이는 설화이다.


아기를 끓는 물에 넣었다면 종의 성분에서 인(p)이 나와야 하는데 검사 결과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 일에는 픽션과 논픽션이 있다. 역사도 정사(政史)는 물론이고 야사(野史) 도 필요하다고 본다.

재미는 야사에 많다. 과학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달을 정복하고부터 '달에 대한 詩'를 쓰지 않는 시대로 변하고 말았다. 계수나무, 하얀쪽배, 돛대와 삿대, 토끼 등... 달에 있으리라 여겼던 '상상의 세계'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산타클로스는 버젓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속아야 되지 않을까. 지금은 굴뚝조차 없는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


'에밀레종'은 통일신라 시대의 범종(梵種)으로 지금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다.


상원사 동종(銅鍾)과 함께 국보로 지정된 대표적인 통일신라 시대 범종이다. 동종(銅鍾)은 성덕대왕 때 만들어졌으며 가장 오래된 종이다.


동종(銅鍾)은 원래 안동대도호부 관아의 문루(門樓)에 걸려 있었는데, 예종(1469년) 때  왕명으로 오대산 상원사로 옮기게 됐다.


당시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유생들이 불교 유산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동종에 관한 이야기는 조선시대 안동의  읍지(邑誌)인 영가지(永茄誌)에 자세히 실려 있다. 영가는 안동의 옛 지명이다.


필자는 중대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에 상원사에 자주 들렀었다. 갈 때마다 고향에서 멀리 옮겨진 동종(銅鍾)을 바라보면서 깊은 상념에 잠기곤 했다.


"인연 따라 있을 곳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원형이 온전히 보존되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에밀레종'은 성덕대왕이 아버지 경덕왕의 평안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하여 제조하기 시작했으나 당대에는 못하고 아들인 혜공왕 때 완성할 수 있었다. 무려 34년에 걸쳐서 만든 종으로 무게는 19톤에 달한다.


지난 9월24일 <성덕대왕 신종> 타종 행사가 22년 만에 열렸다. 국립경주박물관 야외마당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12번 울려 퍼진 천 년의 소리는 변함없이 웅장하고 여운은 길었다. 마음 속 번뇌가 더불어 씻겨 내려 가는 듯 했다


필자는 녹음한 그 소리를 몇 번이나 들어 보았다. 심금을 울리는 웅장한 소리는 감동 그 자체다. 신라인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러한 소리를 내는 범종을 만들 엄두도 못 낼 것이다.


992년이나 존속한 신라 왕조는 역사상 가장 오래 유지된 나라이기도 하다.


당시는 금속공예 예술의 절정기였다. 범종의 소리는 물론이고 크기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 빛나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 자랑스럽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은 결코 헛 말이 아니다. 타고르의 예찬처럼 '동방의 등불이 다시 밝혀지는 날' 코리아의 에밀레종 소리에 세계인이 흠뻑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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