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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콩트) 오해가 부른 일평생의 큰 실수-''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07 10:08:26
  • 수정 2026-02-10 18: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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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인생살이가 꼬이면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다. 별것 아닌 일이 부부싸움의 단초가 되어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니 오해는 무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오해는 이해보다 2.5배나 수치가 높다.


특히 연인 간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오해가 생겨서 다툼으로 이어지면 그 휴유증이 크기 마련이다. 사소한 일로 인해 아픔을 겪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뒤늦은 후회는 소용이 없다. '인연이 거기까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미는 오래전부터 마음이 닿아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한 사이다. 늘씬한 외모에 미대 출신으로 마음을 당기는 매력도 있었다.

 

종교도 같고 취미도 같아서 유부남과 유부녀가 빠르게 가까운 사이로 변했다. '불륜의 강'은 건너지 않는 최소한의 도덕율은 지킨다는 자부심을 지닐 수 있었다.


불가원(不可遠)을 바라고 싶지만 만나면 더 가까이 할 수가 없는 불가근(不可近)의 철길 같은 사이였다. 소소히 주고 받은 것은 정(情)만이 아니었다. 그리운 생각이 뇌리에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고급 악세서리 사업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어떠한 보석도 돌같이 여기는 천상 선비여서 비치 단주를 선물로 받아 차고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정이란 들기 마련이고 한번 든 정은 쉽사리 나가지도 않는다. 고운 정만 들었으니 사랑으로도 그 깊이가 엄청난 지경이었다.


어느 날 남자는 그 여자의 사무실에 들렀다. 그런데 그녀는 돌아서 누군가와 길게 통화하면서 "잠시 기다리라"는 말조차 없는 게 아닌가!


"아하! 사랑도 길어지면 싫증이 난다고 했는데 '연하의 능력 있는 다른 사람'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니 일시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만 아무 말 없이 나오고 말았다.


대체적으로 바로 이러한 때가 남자의 오해에 따른 '옹졸함이 발작하는 순간'이다.


독하게 마음 먹고, 하루도 건네지 않고 보내던 카톡도 끊어 버리고 아예 차단 시켜버렸다.


남자가 단단히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은 결국 자신의 생각만으로 결정을 내린 옹졸함 때문이었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앞서 떠나 보낸 아픔과 같다. 세상이 텅 빈 둣한 공허가 금단현상처럼 어지럽게 하고 있다.


하루에도 카톡 알림소리에 "행여나..." 하면서 열어 보고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자는 돌아서서 잊지 못하고 미련이 길다.


그 후 반년의 세월이 지났다. '하루가 여삼추(如三秋)'인데 억지로 참으며 그녀가 있는 곳을 피해 다녀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어느날 저녁 메시지가 울린다. 그 여자의 소식이다. "부끄러워  얘기하기가 창피스럽다"고 하면서 그녀 말하기를 "당신한테 더 이쁘게 보이려고 보톡스를 맞았는데 그만 부작용이 생겼다. 얼굴이 보기 흉해 그날 돌아서서 전화를 길게 하는 척 하면서 당신이 가기를 바랐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청천벽력 같은 메시지다. 스스로의 결정에 속아버린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아닌가!


소싯적 누나의 잡지를 몰래 읽어 보곤 했는데 이성간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주는 상담코너가 있었다.


당시에 읽은 한 구절이 떠오른다. ''What shall I do?''다.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섣부른 오해가 부른 일평생 큰 실수를 저지른 자신을 채찍질하며 쓴 웃음을 허공에 날려 보낸다.


"인연은 누가 관리를 하고 있는가?"를 화두(話頭)로 여기면서 푸념을 토해 본다.


그녀를 만나던 당시엔 연두색 천지의 초봄이었는데 지금은 만추의 낙엽이 뒹굴고 있다. 누구나 아무도 모르는 추억을 뇌의 작은 분실에 간직한 채 살아갈 것이다.


"정이란 깊이 들면 갈등도 생기기 마련이다. 마음이 딴 데 쏠려 있으면 '가정의 평화'이 지나가 버린다"는 사실이 지금은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하루가 3년 같다'는 일일삼추(日日三秋)가 반년이나 지나 버렸다. 석삼년이 되어도 말끔히 지워지지는 않을 것만 같다.


<잊혀진 계절>의 가사 마냥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헤어져서 잊혀져야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이유 없는 눈물이 뺨을 적신다.


그미도 나처럼 울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너무 저미어 온다. 


주고받은 말은 많지만 남가일몽(南柯一夢)으로 여기면서, 추수가 끝난 뒤의 들판처럼 허전한 가슴은 공허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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