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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길상사, 자야와 백석의 사랑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1-13 14:24:35
  • 수정 2026-02-10 1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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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조선시대 유명한 명기 황진이는 옆집 총각이 자기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만 상사병으로 죽게 된 사실을 알고서 세상 일을 다 접고 기생의 길로 들어섭니다.


시심(詩心)이 풍부한 여성으로 '남자의 사랑'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누가 황진이를 비천한 기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가 남긴 시(詩)는 심금을 울리고도  남습니다. 동짓달만 되면 '만인의 연인(戀人) 황진이'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길상사 자야(김영한)도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요. 요정은 고급접대소 입니다.


기생 진향이었던 자야는 억척같이 번 돈을 '무주상보시' 했습니다.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에 감동 받아 당시 천억 원 상당의 요정 대원각을 무상으로 보시 하면서 "백석의 시(詩) 한 줄 만큼의 가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지은 죄가 많으니 화장을 하여 길상사 언덕에 눈 내리는 날 뿌려 달라"는 유언도 남겼습니다.


필자는 처음 그 말을 접하고 크게 감동 받았습니다. 전신이 감전된 듯 했죠. 


남북이 갈리면서 평안도 정주의 시인 백석과 서울의 자야는 그 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특출하게 잘 생긴 외모로 여성의 유혹이 평생 따랐지만, 백석은 오매불망 자야를 신앙처럼 여기면서 살다가 폐결핵으로 죽게 됩니다.


이러한 사랑은 귀하고도 귀하며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치밀한 계산으로 사랑을 저울질하는 지금 시대의 '천박한 사랑'의 모습을 보노라면 <자야와 백석의 사랑>은 "무지개 같이 아름다우며 보석처럼 빛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성북동 길상사는 송광사의 말사입니다. 법정스님이 출가한 송광사(전남 순천)는 창건 당시 이름이 <길상사>였으니 "참으로 인연의 고리가 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자야는 10여 년이나 법정스님을 설득해 대원각을 보시하면서 길상사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지금 길상사에는 자야의 공덕비가 있으며, 극락전에는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길상사에 가면 필자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사찰이지만 일반인의 발길이 많은 곳입니다. 관세음보살 상(像)은 마치 성모마리아를 연상케 합니다. 초종교의 일면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결국 법정스님도 길상사에서 다비식을 하게 되었으니, 그 인연에 숙연함을 느낍니다.


법정은 "부질없이 책을 많이 내었으니 더 이상 출간하지 말 것"과 "다비 후 사리를 수습하지 말라"는 무소유의 실천을 유훈(遺訓)으로도 남기셨습니다.


그러나 세속의 사람들은 사리를 수습해 두 곳의 사찰에 봉안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자를 위한다면서 출판도 이어진다고 합니다. 


일타스님은 하와이에서 입적 하셨습니다. "내세에 미국에서 환생 해 불국토를 만들겠다"는 염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시신을 옮겨와 영천 은혜사에서 다비를 했습니다.


여기서 한 말씀 드립니다. 사자의 유훈(遺訓)이나 유언은 지키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필자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정신'과 퇴계 선생의 '경사상(敬思想)'을 본받아 많은 글을 쓰고는 있지만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수천 년이 지나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다만 다음 생에는 대한민국에 환생해 지구상 리더국인 나라의 모습을 보고 싶을 따름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 사랑을 속삭이듯, 지금 자야와 백석도 천상에서 만나 응어리진 가슴을 열고 길상사 얘기 등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애틋하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는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남아 온돌같이 따뜻하게 느껴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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