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垣, 이경국(칼럼니스트)책에도 벌레가 생겨서 기생하기 마련이다. 이름 하여 절지동물에 속하는 충(蟲)이다.
그보다 책에 파묻혀 지내는 독서광을 <책벌레>라고 한다.
몇 해 전 400여 쪽이나 되는 책을 몇 권 선물로 받아서 연달아 다 읽은 적이 있다. 소중한 시간을 그냥 보내면 낭비하는 듯하여 책을 읽는다. 읽는 습관이 저절로 쌓인 듯하다.
자투리 시간도 아까워 스마트폰으로 글을 쓴다. 버스 안이든 전철이든 가리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마구 두두리면 글이 남겨진다. 어디든 공부방이 된다.
전철 안에서 몰두하여 글을 쓰다 보면 그만 정거장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필자는 읽기도 좋아하고 쓰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형제들 7남매가 다 그러하다. 천지신명께서 도와 주시는지 시력은 안경 없이도 지낼 만하니 천만다행이다.
실은 남모르게 시력 관리에 무진 신경을 쓰는 편이다.
독서는 영혼의 젖줄이다. 지인들이 책을 어찌나 많이 보내 주는지 동시다발로 읽을 수 밖에 없다.
글을 쓰는 것은 상당한 기술을 요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옥(玉)에도 티가 있다"는데 글에는 오타를 그냥 넘기기 십상이다. '부시 대통령'인데 '닉슨 대통령'이라고 써서 보낸 적도 있다.
이는 실수로 말하자면 얼굴 화장을 하는데 한쪽 눈썹만 그린 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글을 활자화 하거나 여러 명에게 보내는 것은 자기의 '벗은 몸(裸像)'을 보여 주는 것과 같다.
필자 생각으로는 시뜻한 글인데도 반응이 좋은 경우가 있다. 아주 만족스런 글임에도 냉감증 환자 같이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글도 제 눈에 안경이 있는 듯 하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욾는다" 했다. 그 네 배 이상의 기간 글을 써서 보냈으니 시골말로 땅밥은 땐 것 같다.
35년을 하루 1시간만 잠을 자면서 수행을 하신 부처님께서는 유훈(遺訓)으로 '방일하지 말고 정진(精進)하라''고 하셨다.
"불성(佛性)을 깨치면 부처가 되고 영성(靈性)을 깨치면 하늘 길이 보인다"는 뜻이다. '마음 수행'에 독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벌레 가운데 가장 큰 벌레는 <책벌레>인 인간이다. 사람만큼 큰 벌레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인간도 중생이고 생명을 지닌 벌레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독서삼매경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무진 노력을 해야 한다. "<만 시간의 법칙>을 채우거나 만 권의 독서를 하면 높은 경지에 오른다"고 했거늘 필자는 제자리 뛰기만 하고 있으니 여간 답답하지가 않다.
다만 독서가 습관이 되고, 글 쓰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 "이는 하늘의 복을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