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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밤나무 꽃이 피면 아름다워요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21 11:41:28
  • 수정 2026-02-10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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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海垣, 이경국(칼럼니스트)밤나무는 전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밤실(栗里)이란 마을도 무척 많다. 어릴적 필자의 동리가 '밤실'이다.


몇 그루의 밤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밤나무는 없고 이름만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밤은 제삿상에 오르는 부동의 과수다. 조.율.이.시(棗栗梨枾)의 두 번째가 밤이다. 구운 밤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사 때 밤을 치는데  필자는 그 기술이 좋은 편이다. 


우리말 표현이 이상한 경우가 있다. '밤은 친다'고 한다. '묵은 처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고스톱에서는 똥을 먹으란다. 이는 며느리가 시아버지께 말해도 다들 좋아 싱글벙글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불가(不可)하다. 한글의 위대함이다.


밤송이는 가시가 있어 가까이 하기 쉽지 않다. 때가 되면 떡 벌어져서 알밤이 떨어지면 새벽에 먼저 가서 줍기도 했다. 


김삿갓의 시 한 구절이 스친다. "후원황율불봉탁(後園黃栗不蜂坼)--- 뒷 동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터진다오." "처녀니 비처녀니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자가 희롱하니 처녀가 화답한 시의 한 구절이다.


밤나무 꽃이 필 때는 과부의 바깥 출입을 금하게 했다. 과부가 바람 나면 동리가 시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정말 밤꽃 냄새는 정액과 같으며 너무나 노골적이다. 


처녀는 뭔지 모르기 때문에 출입을 허용했다. 글쎄 세상이 그때는 순진했었는가 보다. 요즘 처녀들은 밤꽃 향을 알까.


밤은 공주에서만 나는 게 아니다. 도처에 관리를 하지 않아 떨어진 밤들이 많았다. 소풍 삼아 밥줍기를 다닌 기억이 난다.


밤과 도토리는 열매 자체가 씨앗이다. 밤송이에 가시가 돋아 있는 것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농담처럼 하던 한 토막의 얘기가 떠오른다. "까끌이 밑에 뺀질이ㅡ뺀질이 밑에 털부리ㅡ털부리 밑에 달콤이..." 이렇게 밤송이에서 달콤한 밤이 되는 모습을 읊으면서 웃었다.


생밤, 구운 밤, 삶은 밤 등 맛이 다 좋다. 바싹 말려 먹으면 곳감과 함께 가장 좋은 주전부리가 되었다.


감은 너무 흔해서 그렇지 타닌 성분이 있어 인체에 좋은 과실이다. 무우도 흔해서 인삼 대우를 받지 못할 뿐이다.


필자의 고향 풍산평야의 무우는 자연교과서에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풍산김치로 명맥을 겨우 유지해 오고 있다.


소싯적에 "풍산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다"며 좋아했다. 홍수가 나서 물이 들면 뒷산에 올라 구경을 했는데 물구경은 자고로 좋은 구경거리임에 틀림없다.


그 시절이 눈물겹게 그립다. 어머니가 안 계시는 고향은  타향만 같다. 오기택의 <고향무정>을 불러보니 마음이 착찹해진다.


주인이 떠나버린 고향은 텅 비어 있기 마련이다. 초등학교는 학생과 선생의 수가 비슷하다. 이러한 세상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AI시대에 손주들이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 나갈지 저으기 걱정된다. 역사는 순환· 발전· 반복하는데 분명히 '지금 같은 시대'가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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